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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비판적 사회읽기> - 국가, 시민사회, 민주주의 2/2

cjangela 2024. 9. 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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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가-시민사회 이론의 현대적 발전

1) 현대의 국가이론

  • 현대 국가론은 고전적 정치사상과 국가이론을 비판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슘페터(J. A. Schumpeter)와 달(R. Dahl)이 대표적으로 주창한 다원주의 국가론은 개인을 합리적인 정치적 시민으로 파악하는 고전 이론과 자유주의 이론의 가정을 비판한다.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현실적 정치 단위는 이익집단들이며, 국가는 다수의 이익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대표 체계라고 본다. 따라서 국가는 이익들을 조정하고 타협을 중재하는 중립적 조정자이며, 국가권력은 수많은 이익집단이 분할하여 소유하고 있다고 본다.
  • 엘리트주의 국가이론가들은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는 그러한 소수 엘리트 집단의 이해관계를 배타적으로 대표하는 지배 수단이라고 보았다.
  • 현대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은 소수 엘리트 집단이 지배계급이 되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지배계급이 경제적 관계에 기초한 자본가계급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자본주의 국가가 구조적 수준에서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 국가 중심적 국가이론가들은, 국가 자체의 독특한 내적 논리나 구조를 더 강조하거나 국가 자체를 독자적 이해관계를 가진 독립적 행위자로 본다. 반면, 국가관료가 시민사회와 독립된 자기이해를 갖기에, 국가는 관료와 관료제의 구조에 따라 그 성격이 변화하는 자율적인 사회적 행위자로 간주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 영국의 사회학자 제솝(B. Jessop)은, 현대사회에서 국가는 시민사회의 세력관계를 반영하는 사회적 투쟁의 장소라고 보며, 사회적 투쟁의 성격은 국가의 내적 구조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렇게 국가의 성격을 국가가 위치한 더 넓은 사회관계의 변동 속에서 파악하는 입장을 관계론적 국가이론이라고 한다.

2) 현대의 시민사회이론

  • 현대의 시민사회 이론들 역시 시민사회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 전통적으로 자유주의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구분 속에서 국가 개입의 최소화와 시민사회 자율성의 최대화를 옹호한다. 국가는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호하면서도 시민사회에의 개입을 최소화해서 시민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주의 논리는 시장경제의 불확실성과 자본의 시장지배를 방임한다는 점에서 지배계급을 위한 논리가 된다고 할 수도 있다.
  • 시민사회이론은 자발적으로 결성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민사회가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결사체에 기초한 삶을 통해 시민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고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가치를 공고화할 수 있다. 둘째, 결사체적 삶은 중앙집중화하는 권력을 억제함으로써 권위주의적 국가와 전제적 시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 자율적인 시민사회는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자인 그람시는 경제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가와 시민사회를 경제로부터 자율적인 영역으로 규정했다. 그람시는 사회를 국가, 시민사회, 경제적 토대의 삼분 모델로 파악했는데, 국가가 군대나 경찰 등 강제력을 통한 지배기구라면, 시민사회는 피지배계급의 동의나 헤게모니에 의해 지배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그람시의 시민사회이론은 국가권력의 기초를 시민사회로 보고 시민사회를 헤게모니 투쟁의 공간으로 보는 시각은 국가와 시민사회가 단일한 세력이 아닌 다양한 세력 간의 갈등과 투쟁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 하버마스 역시 다원적으로 분화된 현대사회를 분석하기 위해 시민사회를 국가뿐 아니라 경제적 영역과도 구별되는 문화적·일상적 영역으로 개념화하고자 한다. 그는 『공론장의 구조변동』(1962)에서 자본주의 발달과 자유주의 공론의 발생 및 몰락 사이에 역사적 연관성이 존재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을 시민사회에서 국가의 지배를 견제하는 중요한 매개적 공간으로 보았다. 생활세계로부터 사적인 경제체계와 공적인 행정체계가 분리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활세계도 사적 친밀성의 영역과 공적 공론장으로 분화된다. 체계는 복지행정이나 시장의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목적 합리성에 의해 작동하는 반면, 생활세계는 구성원들의 합리적인 의사소통에 의해 움직이며,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보장되느냐에 의해 옳고 그름이 판단되는 것으로 보았다.
  •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체계의 화폐논리와 권력논리가 생활세계에 침투하면서 생활세계의 식민화가 나타난다. 이에 따라 생활세계는 체계 논리에 의한 지배의 대상이 되어 화폐와 권력을 추구하는 장이 된다면서 생활세계의 자율성을 보호하는 것은 사회운동과 공론장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3) 국가-시민사회 이론의 현대적 쟁점

  • 국가와 시민사회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으며 국가와 시민사회를 명확히 정의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경계의 불분명함 때문에 국가와 시민사회는 한편으로는 서로로부터 자율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에 의해 제약된다는 특성이 있다.
  • 우리는 흔히 국가가 권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국가를 장악하면 권력을 얻고 또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그람시의 주장처럼 국가권력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헤게모니에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내부와 외부의 사회관계들은 국가권력의 행사에 구조적 제약을 부과하며, 권력은 이러한 사회관계들 속에서 행동하고 투쟁하는 개인과 집단들 사이에서 행사된다고 할 수 있다.
  •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국가를 하나의 단일한 행위자인 것처럼 말하지만, 국가는 여러 기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로 협력할 뿐만 아니라 갈등할 수도 있다. 시민사회 역시 국가보다 더 다양한 세력과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간에 사적 이익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영역이다.

출처: 『사회학: 비판적 사회읽기』(2014). 비판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