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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대사회의 사랑, 결혼과 가족의 변화
- 현대사회로 오면서 성과 사랑은 급속한 의미 변화를 겪고 있다. 가족의 형태와 성격도 변해왔다. 각 사회가 처한 자연적·사회적 조건에 따라 결혼형태가 여러 가지고 채택된다는 주장이 있다. 인류학자 머독(G. P. Murdock)은 가족이란 주거를 공동으로 하고 경제적 협동과 출산을 특징으로 하는 집단이라고 규정하며, 결혼과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가 있는 협의의 가족 개념이다. 이효재는 가족을 일상적인 생활을 공동으로 영위하는 부부와 자녀들, 그들의 친척, 그리고 입양이나 기타 관계로 연대의식을 지닌 공동체 집단이라 한다.
- 피슨스는 구조기능주의의 관점에서 가족을 사회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고 본다. 반면, 페미니즘적 입장은 구조기능주의적 시각이 가부장적 지배를 정당화하고 여성들을 가정의 울타리에 가두어두려고 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한다.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은 가족은 사유재산을 세습하는 계급 재생산의 제도이며, 사회화를 통해 지배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적 기구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가족의 기능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는데, 과거에는 성적·정서적 기능, 성원의 재생산·양육 기능, 경제적 기능, 교육적 기능, 종교적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포괄했다. 반면, 오늘날 가족에는 성적 기능과 성원의 사회화·돌봄 기능, 정서적 기능 등이 주요 기능으로 남게 되었다.
- 가족 구성원은 권력관계에 따라 민주주의적 가족과 권위주의적 가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가족형태는 크게 핵가족(부부가족)과 확대가족으로 나눈다.
- 역사학자 스톤은 유럽의 가족형태 변화를 세 단계로 구분했는데, 첫 번째는 개방형 혈통 가족으로 개인의 선택은 부모나 친족 및 지역사회의 이해관계에 종속되어 있으며, 두 번째는 제한적 가부장 가족으로 핵가족이 독립적인 실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세 번째는 폐쇄적 가족 중심 핵가족으로 긴밀한 정서적 결속력을 지녔으며, 애정적 개인주의가 부각된 것이 특징이다.
- 현대 이전의 유럽에서 결혼의 기초는 경제적 조건이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낭만적 사랑이 등장하며 가족과 친밀성의 형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낭만적 사랑의 출현에 끼친 영향의 첫째는 가정의 창조이며, 둘째는 부모-자녀관계에서의 변화이며, 셋째는 모성의 발명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이는 폐쇄적 가족 중심 핵가족의 형성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 성별분업과 친밀성이 결합한 형태의 핵가족은 당시 일반적인 가족형태가 아닌 경제적으로 부유한 부르주아지에게 특징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이를 부르주아 핵가족이라 부른다. 공업화 초기에는 노동자계급 가족은 가족구성원 모두가 노동을 해야 했기에 성별분업, 친밀성 등과 같은 관념의 발달이 어려웠다. 노동자계급 가족의 부르주아지 핵가족 형태로 수렴은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노동자 가정에서도 모성과 사생활의 친밀성이 중요시되면서 점차 사회 전체로 확산되었다.
- 벡과 벡-게른샤임도 전통사회로부터 현대사회로의 이행이 사생활과 친밀성을 기반으로 하는 핵가족의 확대로 나타났다고 보았다. 사회변화 속 남성과 여성이 관계 맺는 방식도 변화해왔는데, 첫 번째 단계는 개인적인 일대기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가족이 하나의 경제 단위로 구성되었던 시기이다. 두 번째 단계는 확대가족이 붕괴하면서 남성들이 삶의 주도권을 갖고 여성의 권리 희생을 대가로 가족 응집력이 유지되었던 시기이다. 세 번째 단계는 1960년대 이후 남녀 모두가 자신의 삶을 만들어갈 축복과 짐을 부여받은 새로운 시대이다.
- 공업화 이후 개인화 과정의 진전에 주목하며, 성별분업에 기초한 핵가족은 노동시장의 개인화와 양성관계의 개인화로 인해 점차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벡은 개인화 진전으로 인해 현대사회에서 개인들은 결혼과 가족관계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며, 사랑과 가족과 개인적 자유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한다고 본다.
4. 한국 사회의 결혼과 가족, 인구
- 한국사회도 비슷한 결혼과 가족형태의 변화를 겪었다. 현대적인 낭만적 사랑의 등장은 신여성의 출현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신여성은 1920년대를 전후해 서양문화 도입에 따라 신식교육을 받아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전통적인 가부장적 결혼제도와 가족문화를 거부했던 계몽된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당시의 현실과 조화되지 못하는 역설적 결과를 불러오며, 1930년대 말부터 자유연애를 비판하며 현모양처를 옹호하는 담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 공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결혼문화, 가족형태, 가족관계 등에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적 가치와 개인주의적 문화가 발달하면서 여성들의 권리 향상과 함께 남녀관계에서의 성과 사랑의 중요성도 증대되었다. 가부장적 친족주의 문화가 약화된 반면, 가족 중심의 개인주의, 가족주의 문화가 점차 확산되었다. 핵가족 형태 속에서 부부관계는 점차 수평적·민주적 관계로 변화되었으며, 금기시되었던 이혼이 점차 늘어났다. 이는 가족관계의 민주화를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여성들은 경제활동 참여와 자아성취를 추구하면서 결혼을 늦추거나 결혼 후 출산을 조절하는 사례가 늘었다. 전통사회에서 대부분 결혼과 출산, 가족 형성을 의무로 받아들이며 당연시하던 것에 비해, 오늘날 많은 이들은 결혼과 가족을 선택의 문제로 생각한다.
- 가족형태 변화의 일반적인 경향으로는 핵가족 비율의 증대, 가족 크기의 소규모화, 그리고 가족생애주기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첫째, 가구형태별로 보면 핵가족도 점차 1세대 가구나 1인 가구로 분화되는 경향이 있다. 둘째, 핵가족화와 더불어 가족과 가구의 크기도 점차 소규모화되고 있다. 이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낳고 있기도 하다. 셋째, 가족생애주기는 남녀의 결혼으로 가족이 형성되고, 자녀의 출산·양육 등으로 가족이 커졌다가, 자녀의 독립이나 결혼 후 분가로 가족 규모가 작아져 부부만 남게 되고, 궁극적으로 사망으로 해체되는 일련의 연속적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 시기가 점차 단축된다는 것이다.
- 한국 사회는 부계혈통주의를 중시하며 남아선호 사상을 오랫동안 유지해왔지만, 여성 권리 신장, 남녀평등 의식 확산에 따라 가부장적 가족문화가 점차 약화되었다. 오늘날 핵가족화, 소자녀화, 독신자와 이혼의 증가 등으로 점차 부계혈통주의가 약해지고 있기도 하다.
- 200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는데, 의학기술의 발달과 의료서비스의 확대 등으로 점차 사망률이 감소하며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고령화 사회로의 빠른 진입이 예측되었다. 이러한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교육을 통해 결혼여성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얻으려는 욕구가 커진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가부장적 가족 문화는 가족해체나 이혼의 증가에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 결혼부부의 경우, 양육에 대한 부담, 높은 교육비 부담 등으로 인해 자녀출산을 꺼리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 기업의 장시간 노동 관행은 직장생활과 출산 및 양육을 병행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 오늘날 한국 가족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변화는 핵가족과 같은 전형적 가족의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에 동거, 국내외 분거가족, 주말가족, 재혼가족,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 『사회학: 비판적 사회읽기』(2014). 비판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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